집짓기/동력 행글라이더

초경량 항공기 20시간 교육받으면 90% 면허합격

체력덩이!! 2010. 3. 7. 23:38
200m 길이의 미니 활주로에 선 꼬마 비행기들은 둥지를 막 떠나려는 어린 새처럼 날개를 떨었다. 시화호 방조제 서쪽 구릉을 타고 넘어온 해풍이 225㎏의 초경량항공기(ULP:Ultra Light Plane)의 동체를 툭툭 치고 간다. “어이, 조심해. 하늘을 난다는 건 만만한 게 아냐.” 바람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 사회호 갯벌 위를 날고 있는 초경량항공기. 225kg 미만의 초경량항공기는 아마추어 조종사를 위한 레저용 비행기다.
 
초경량항공기 비행. 땅덩어리 넓은 나라에서나 즐기는 줄 알았던 ‘간 큰 레저’가 국토는 분단되고 하늘도 군작전공역으로 도배된 이 나라에서 18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직접 체험비행에 나서기로 했다고 은근히 자랑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게 있어?” “그거 안전하긴 한 거야?”
‘까치’라는 이름의 국산기 오른쪽 부조종석에 앉은 나는 안전벨트를 조이다가 피식 웃었다. ‘비행기가 떨어지면 이게 필요 있을까?’ 헤드폰셋을 머리에 끼고 에어로피아 항공클럽 김강기(43)씨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는 서울에서 이곳 화성시 송산면 고포리의 어섬 비행장을 매주 두 번 이상 찾는다는 아마추어 비행광이다.
▲ 미국 챌린저 기종을 소유한 유원호씨. "중고는 이삼천만원이면 삽니다."
“조종석 아래 두 개의 페달은 수직꼬리날개(rudder)를 좌우로 움직여 비행기의 방향을 틉니다. 배의 키와 같은 것이죠. 이게 조종간입니다. 당기면 수평꼬리날개(elevator)가 내려가면서 비행기가 상승하고 밀면 하강합니다.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이면 주익의 양쪽 보조날개(aileron)가 오르내리며 비행기가 좌우로 기울게 되죠. 이착륙시에는 내가 조종하지만 하늘에 올라가면 직접 조종간을 움직여볼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내가 함께 잡고 있을 테니 겁먹을 건 없습니다. 자 이제 출발해 볼까요?”
“탕-탕-탕-탕 부르릉~” 점화플러그가 연결된 마스터 스위치와 이그니션 스위치를 차례로 켜고 점화키를 돌리자 투사이클 엔진이 폭발하면서 프로펠러를 돌렸다. 60㎏, 65마력의 공냉식 엔진이 시속 120㎞의 속도를 이끌면서 날개에 양력을 형성하자 비행기는 불과 70m 활주에 솟아버린다. 강한 바람을 비스듬히 안고 기체는 단숨에 150m까지 상승한 다음 송산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꿈결 같은 비행’을 상상했던 나는 굉음과 진동에 얼떨떨했다. 바람이 눈사태처럼 기체를 때렸다. “내 몸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 같아요!” 오리처럼 꽥꽥 소리를 질러대자 김강기씨는 내 무릎을 지그시 눌렀다. “처음 타는 분에게는 잔잔한 날이 좋지만 우리는 이 정도 바람을 즐겨요! 자동차로 자갈길을 사정없이 질주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2시간만 가면 중국입니다”
▲ 가족과 함께 비행장을 찾은 ULP 동호인들.
10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선은 생경했다. 마치 다른 혹성의 사막 위를 나는 것 같았다. 페이즐리 문양을 확대해 놓은 듯한 암갈색 갯벌을 지나 서해의 수평선이 와이드 비전으로 펼쳐진다. “2시간만 가면 중국입니다. 지금 이대로 날아가버릴 수도 있지만 국경이 있으니 그건 안되죠.”
수평선 위에 큰 새 두 마리. 사진기자가 탄 오른쪽 비행기가 미국 키트폭스사의 최신 기종이란다. 내가 탄 비행기보다 근사해 보였다. “저건 6000만원짜리입니다. 우리 까치는 4000만원이지만 성능도 별 차이 없고 주익이 길어서 안전성이 더 높아요.” ‘생각보다 비행기가 비싸지는 않구나.’ 1995년 동인산업에서 발주하고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개발한 ‘까치’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우수한 기종이지만 국내에선 수요가 없어 미국 회사에 판권을 팔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건 결국 미제다. 하긴 한국의 초경량항공기가 300대라니, 알래스카 한 개 주에만 경비행기가 1만대인 미국이나 호주, 유럽과 비교할 수는 없다.
“자 이제 육지 쪽으로 돌아갑니다. 조종간을 잡고 천천히 당겨보세요.” 왼손으로 조종간을 쥐고 머뭇머뭇 당기자 기체가 기울면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갯벌로, 갯벌에서 모래톱으로, 그리고 노란 갈대밭과 푸른 언덕으로 눈에 보이는 사물이 가속도를 붙이며 영사물처럼 돌아간다!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의 여객기 비행은 비행이 아니라 화물처럼 실려다닌 ‘수송’이었다는 걸….
“초경량 비행이 돈을 쏟아붓는 취미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골프보다 훨씬 저렴해요.” 에어로피아 대표 이규익(40)씨가 말했다. 행글라이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도 출전했던 그는 1992년부터 초경량항공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5만~7만원… 골프보다 비용 싸
동호인 중 4000만~8000만원(중고품은 2000만원에도 살 수 있다)짜리 초경량항공기를 구입한 사람은 10%도 안 된다. 대개 클럽에서 공동으로 비행기를 구입하므로 자기 비행기가 없어도 연 6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항공클럽에 가입하면 하루 5만~7만원에 맘껏 비행기를 탈 수 있다.
 
▲ 에어로피아 항공클럽 이규익 교관(앞)과 실습교육 중인 김자현씨.
 
물론 조종하려면 면허증을 따야 하는데 그것도 과히 어렵지 않다. 화성에 있는 5개 비행클럽을 비롯해 전국의 30개 클럽에서 20시간(매주 2회씩 2~3개월)만 비행실습을 하면 90% 합격하는 시험이다. 실습교육비는 300만원.
“면허시험이 어렵지 않은 것은 그만큼 초경량항공기의 조종이 쉽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1년에 6차례씩 이론과 실기시험을 치르는데 우리 아들은 겨우 13시간 교육받고 합격했을 정도니까요.” 인천의 제약회사에 다니는 김상천(42)씨는 작년에 면허를 딴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성원이와 동반비행을 즐긴다. 주조종석을 차지하려고 다투거나 비행 후 조종 방식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수가 많다. 이를 테면 ‘내 생각엔 옆바람이 불 때 날개를 기울여서 대응하면 됐는데 아빠는 왜 파워를 껐느냐’는 식이다. “아들과 대화가 없었는데 이제는 친구가 됐죠.”
‘바람이 강하다’며 비행을 포기한 한성환(64)씨는 ULP보다도 작은 ULM(Ultra Light Motor)을 즐겨탄다. 1인승 행글라이더에 엔진을 붙여놓은 듯한 ULM은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유리창이 없어 춥긴 하지만 조종간 대신 몸을 움직여 방향을 조절하니까 훨씬 다이내믹하다. 날개가 커서 활공비도 높다”고 자랑한다. 활공비(Lift & Drag)는 초경량항공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엔진이 꺼져도 동력없이 활강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ULP가 보통 1:10, URM이 1:18이다. 1:10이란 10m 상공에서 동력 없이 100m를 활공한다는 뜻이다. 150m 상공에서 동력이 꺼진다 해도 1.5㎞를 날아다니며 안전한 착륙지를 물색할 수 있다.
여객기가 자동차, 4인승 이상의 경항공기(경비행기의 공식명칭)가 오토바이라면, 1~2인승 초경량항공기는 스쿠터쯤 되겠다. 경항공기만 해도 운항 조건이 까다롭지만 초경량항공기는 안전성인증검사만 받고 서울이나 부산 지방항공청에 등록하면 바로 탈 수 있다. 자동차와 달리 세금도 없다. 대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15분에 4만~5만원짜리 체험비행을 하고 난 후 면허를 따야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클럽만 100명의 회원이 있는데 방앗간 주인, 중장비기사에 간호사, 공무원까지 정말 다양해요. 특징이라면 아주 외향적이거나 아주 내성적이지 그 중간의 두루뭉수리한 성격이 없다는 거죠.”
 
20시간 교육받으면 90% 면허합격
▲ 어섬 비행장의 2층 휴게실. 비행을 구경하며 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 작은 비행기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서울에서 환경벤처업체를 운영하는 유원호씨는 “작년에 대천 공주 전주를 거쳐 담양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다만 전국에 21곳 있는 UFA(초경량 비행공역)를 벗어나려면 서울지방항공청에 1주일 전쯤 플랜을 제출하고 비행승인을 얻어야 한다. “쉽게 승인해주는 편입니다. 출발 전에 오산과 대구의 공군통제소에 통보하고 에어밴드 무전기로 주파수만 맞춰놓으면 운항 도중 공군과 계속 교신할 수 있어서 항로를 벗어날 위험도 없습니다.” 2인승 ULP의 경우 연료를 38리터까지 주입할 수 있다. 화성에서 대구까지 날 수 있는 양이다. 장거리 비행 플랜을 짤 때는 보통 3~5대가 모여 1박2일의 일정을 잡는다. 당일에 되돌아올 수 있지만 모처럼 만난 지방의 초경량항공기 동호인들이 그냥 보내지 않는다고.
 
 
 
 
 
개 요

초경량비행기는 레저 종목 중 동력을 이용하는 몇 안되는 기구 중 하나로 일반비행물체[Air Craft]의 기능과 구조를 갖고 있지만 비영리를 목적으로 응용되므로 레저활동기구로 활용하고 있다. 구조면에서도 각종 규정이 있어 중량은 220킬로그램 미만이어야 하며, 2인승 이하에 연료탱크 용량도 38리터 이하여야 한다. 초경량비행기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프랑스식의 ULM (Ultra Light Machine)과 미국식의 ULP (Ultra Light Plane)가 있으나 고정날개에다 작은 엔진과 프로펠러, 그리고 적당한 착륙장치를 부착하고 있어 조립, 분해가 간편하고 조종법이 간단해 레저 스포츠용으로 많이 활용되므로 같은 비행기라 하더라도 그 성격이 일반 소형비행기와 다르므로 직역해서 ULM으로 많이 불리운다.

이 작은 비행기가 레저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유래는 비교적 간단하다. 1960년대 말경 미국의 행글라이딩 마니아가 매번 이륙하기 위해 무거운걸 메고 산을 오르기가 힘들자 평지에서 이·착륙이 용이하도록 행글라이더에 엔진과 프로펠러를 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1978 년 '퀵실버 E’형의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82년엔 좀더 발전된 MX형이 개발되면서 큰 인기 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시기가 비슷한 70년대말 당시 행글라이딩을 배우던 박흥수씨가 역시 비슷한 발상으로 소형엔진을 부착해 비행을 시도한 것이 한국 ULM의 시초가 되었다.

이 후 동력 비행이 가능해지자, 몇몇 행글라이딩 동호인들이 수차례 비행을 시도했으며, 1985년 제주해협 횡단비행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1994년 6월엔 오세훈씨가 한· 중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 영성시 해변에서 충남 태안 반도까지 8시간 비행을 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고유의 모델까지 개발해 국산화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이다.

* 특 징 - 초경량비행기의 종류는 모양과 기능에 따라 몇가지로 분류된다.
체중이동형 - 처음 시작된 ULM으로 행글라이더에 엔진과 착륙 장치를 부착해 일명 ‘동력 행글 라이더’라 불리기도 하는 기구로 몸을 이동하면서 조종하기때문에 체중이동형 이라 한다. 조종이 간단해 행글라이딩을 타본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탈 수 있 다. 타면 조종형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운동성이 약한게 단점이지만 경비가 적게들고 취급이 편리하며 1백m 이상의 높이에서 엔진이 꺼졌다 하더라도 근 1천 m가까이 행글라이딩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타면조정형 - 일반 경비행기의 축소 모형으로 날개도 고정되어 있어 ‘고정익기’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 경비행기보다 가볍고 구조도 간단하지만, 조종하는 법은 비슷하다.
자이로콥터 - 자이로플레인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것은 헬리콥터와 같이 회전날개가 머리 위에서 회전함으로써 양력을 얻고 난 뒤 자유비행할 때는 공기력의 작용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언뜻 보아서는 헬리콥터 모형이지만 비행 원리는 고정익기와 같다. 이와 같이 고정익기와 헬리콥터의 장점만을 혼합했기에 공중에서 엔진이 정지하 더라도 회전날개가 계속 돌고 있기 때문에 활공 비행도 가능하다. 또 착륙할 때 도 회전날개의 회전면(피치)을 조정하여 항력을 크게 하므로 3미터미만의 짧은 활주거리에서도 착륙이 가능하다.
패러플레인 -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개발되어 ULM 중 레저용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퀴가 달린 프레임에 엔진이 부착되어 있어 엔진을 등에 지도록 설계된 파고제트와는 구별되며, 조종법도 간편해 엔진의 출력을 가감 하여 상승이나 하강을 하고 양쪽 조종줄을 당겨 방향조정을 하면 된다.

* 장비안내 - 장비로는 글라이더 기체와 하네스(안전장비), 헬멧, 장갑을 착용한 기본 복장이면 초보코스는 가능하다. 또 어느 정도 숙련된 후에는 속도계, 고도계, 승강계, 컴퍼스와 같은 계기가 있어야 한다. 초급이나 중급자 용은 기체의 안전성과 조종의 용이함을 우선으로하고 고급자용은 활공성능을 잘 살펴야 한다.

* 장 소
서울- 암사동 광나루
경기- 양평활공장, 안산활공장, 광주활공장, 영종도, 반월공단
강원- 영월활공장
충남- 몽산포
충북- 단양두산, 앞산, 청주공
전북- 지리산 정령치(1,117m), 무주리조트(1,215m), 익산활공장

전남- 담양군 금성면, 나주시 영산강변 

 

강습안내
 에어로클럽  031-332-6614
 파랑새항공  031-493-2676
 한국비행교육원  031-401-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