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통나무집

[스크랩] 통나무건축 - 로그빌더의 길

체력덩이!! 2011. 2. 17. 03:35

이곳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송광사 벚꽃이 절정이던 2주 전 어느 날 오후.

일찍 일을 마치고 다시 소풍 길에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백양사 인근의 모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야 아침저녁으로 지겹게 구경하며 지났지만 벚꽃놀이 상춘객들은 이 기간

연일 길을 가득 메웠으니 꼬마바이킹과 약장수까지 가세한 어수선한 축제를 피해

우리만의 축제를 갖기 위해서였다고 해야겠습니다. 

 

안다는 것과 실제 경험하여 터득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느낌은 매우 큰

차이가 있지요. 느낌의 축적, 이번 소풍에 이렇게 나름 의미 부여를 해 봅니다.

 

 

우리가 벗어난 그 축제의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백양사 인근은 고요했고 게다가

도착할 무렵의 석양은 거리를 쓸쓸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자칭 동안클럽

멤버들인데.....저 뒤 구멍가게 앞에서 검정 봉다리를 들고 걸어오는 아저씨!

누구세요?

 

제 직업의 가장 큰 단점은 식구를 떠나 객지생활을 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많이 무뎌졌지만 한동안은 저에게도 그것이 가장 힘들었듯이 이 사람들,

‘하루에 두 번 이상 전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시로 아내와 통화하는 젊은

팀원들에게도 역시 가장 힘든 점은 아내(식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리움을 견디는 생활에 대한 ‘대가’는 한참동안 넉넉하지 않지요.

이 길에 들어서면서 그와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각오했을 터.

 

저는 일하면서 자주 강조합니다.

더위와 추위, 햇빛과 비바람, 먼지에 노출된 채 건축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생각할지 모르나 "깊이 생각하고 섬세하게 느끼며 일해야 한다는 것,

발전을 위해 공부하며 자연을 좋아하고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소위

현장의 '노가다'와는 다른, 야지생활(Out-door Life)을 지향하는 것이라고요.

 

때때로 내가(우리가) 일하는 모습(항상 폼 나는 것만은 아닌)을 아내와 아이들이

직접 보게 된다면 안쓰러울 수 있는 상황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걷고 있는 나(우리)에게 지켜갈 만한 철학과 비전이 없다거나 더더욱 생활에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느낄 수 없다면.....우리는 회의에 빠질 것입니다.

 

 

그 아저씨 참.....뭐가 좋아서 그리 웃고 있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팀원 모두 '오리지널 씨티보이'들입니다. 미술 전자 화공.....

서울 또는 대도시의 출근길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형 인간(Handsome Guy)' 의

전형처럼 보이는 그런 깔끔한 외모와 어쩌면 이런 일을 할 사람들로 보이지 않는

여린 모습을 한 젊은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인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안락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이런 '노동의 현장'으로 인도했는지.....

 

이 계통 전체적인 분위기와 비교할 때 비교적 젊은(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여러 분들이 일에 대한 상담과 참여 가능 여부를 물어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저를 통해 통나무건축의 낙관적인 전망을 엿본 것인가,

의미를 두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을까 하여

고무적이기도 합니다만 어깨가 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저에게도 또한 그들에게도 중요한 점은 "지금, 행복한가?" 일 테지요.

항상 강조합니다만 제가 그리고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건축주도

행복하고 그만큼 좋은 집이 만들어 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보다는 '마음'과 '자세'가 일을 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목작업이나 마감 공정 등 모든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있고 또 그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하지만 집짓는 일은 결국 저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팀원들과 일을 나누고 맡기는데 그들이 내가 추구하는 바, 각 공정에 대한

나의 생각과 설명을 듣고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여 실현하려고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 집의 완성도가 결정될 수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같은

노력과 수고가 보일 때 반갑고 매우 고맙지요.

 

"재주는 마음에 있는 것이니....."

 

 

 

그 밤, 모두에게 느낌과 영감의 축적이 많이 되었을까요?

 

늦은 아침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담양의 가로수 길에서, 순창을 돌아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옥정호'에서 잠시 멈추어 섰습니다. 풍경들....

사람의 눈이란 얼마나 넓고도 깊은지요. 그 순간의 감동과 여운을 하나하나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해 두었답니다.

 

신록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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