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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서 퍼왔습니다.. 감동 깊은 애인이야기... 꿀꺽.

체력덩이!! 2011. 4. 6. 00:17

[생활]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


2011. 4. 4. 월요일

쇼미더머니


애인은 내가 그걸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 나이에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 여기고 그 시간에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 것을 서운해 한다. 분명히 말하건데 난 애인과의 약속을 미룰정도로 게임에 빠져있거나,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는 애인과 함게 피시방을 가는 천인공로할 짓을 저지를 생각도 배짱도 없다.  어디까지나 혼자 있는 시간에 할 뿐이다. 게임과 애인의 가치는 애초에 비교불가. 당연 애인이다.

 

다만 이따금 게임 와중에 전화가 와서 뭐하냐고 묻는 경우 [ 지금 와우(WOW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약자다. World Of Warcraft)하고 있어] 라고 답한적이 몇 번 있었을 뿐이다. 그럼 전화기 너머에 들려오는 한숨소리. 내 마음까지 꺼져든다.

 

개인적인 취향은 레이드(다수의 이용자가 모여 어려운 게임내 과제를 수행하고 큰 보상을 받는 행위. 협동사냥.)보다는 전장에서 다수의 사람이 편을 갈라 전투 벌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몹시 지루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엔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몬스터 사냥은 그저 작업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언제나 재미있다. 변화무쌍하고 실력이나 아이템이나

주력기술이 저마다 다르고 변수가 많다. 다이나믹하다 !!! 그런 면에서 다른 게임에 비해 캐릭터 성장이 빠르고 PvP(Player versus Player)가 허용되는 와우는 나에게 가장 알맞는 게임이다. 가끔 던전 파밍을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장이 곧 나의 와우다.

 

다만 애인이 그것을 한심하게 여기는 것이 마음에 걸리곤 했다. 늘 그렇듯... 접속하고 전장을 신청하고 몇번의 전투가 끝났다. 회복 아이템을 사고 무기를 수리하렴ㄴ 아이템 수리도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해서 부득이하게 내가 정말 싫어하는 앵벌이(필드몹 사냥)를 시작했다. 전장을 즐기려면 어쩔 수 없다. 몹을 때려잡아야 돈이 나오니...

 

 

필드 몹 사냥은 사냥꾼 캐릭터가 가장 좋다. 이름 그대로 사냥꾼. PVP를 포기한 특성으로 올리면 동렙몹 따위 동시에 4마리쯤은  쉬지않고 무한 사냥이 가능하다. 대충 굴려도 30분 사냥하면, 이틀은 지지고 볶을 물약 구입, 갑옷 수리비는 벌어다 주는 효자다. 어차피 싫어하는 인공지능 몹 사냥 굵고 짧게 얼른 해치워버리는게 속이 편하다.

 

 

그렇게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왠 사제캐릭터 하나가 그리핀을 타고  슝 날아오더니 내 옆에 계속 서서 내 캐랙터를 지켜보다 내가 사용하는 펫  (개, 호랑이 여우등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결국 사냥개 역할이다.)

에게 박수를 쳐준다.

 

 

그래서 나도  /인사 (캐릭 명령어로 이걸 하면 내 캐릭이 상대 캐릭에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  하고 다른 녀석을 사냥 하려는데 말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나에게 결투 신청을 한다. 초면에 무례하다 여겨져 기분이 살짝 상했으나 대결을 좋아하기도 하여 승락 했다.

 

 

결과는 내가 그 사람을 사뿐히 즈려밟아주었다. 내가 잘 한다기보단 그 사람이 아직 사람과 싸우는 법을 모른다. 나에게 몬스터 사냥할 때 쓰는 방법을 그대로 하고있다.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법은 그냥 데미지를 퍼부으면 그만이지만 사람과 싸울 때는 다르다. 계속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수싸움이과 노련한 조작실력이 요구된다. 더구나 사냥꾼은 상성상 사제에게 다소 밀린다. 난 심지어 스킬 트리도 사냥위주로 올려놓았다. 사람을 상대하기 벅찬 캐릭터다. 아이템도 사냥용으로 만들어서 다 별로인데...그런데 그 사람은 아주 초보다. 이런 변변찮은 내가 전투를 진행하다 1분도 못가 이겨 버렸다.사제가 사람과 싸울때  흔히 쓰는 패턴에 대해 훈수라도 몇마디 해줄까 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패자에 대한 실례일 것 같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사냥을 하려는데 그가 대뜸 나에게 말을 건다.

 

[애인 총으로 쏴 죽이고 기분이 좋냐? ㅋㅋ  아주 신이나서 총 질 해대는구만]

 

[누구시죠?  제 애인은 와우 안하는데요. 오해가 있는 듯 하네요.]

 

[너 님의 애인이 맞습니다. 어제 OO공원에서 만나 차안에서 대화하다가 같이 저녁식사를 한 사람을 애인이라 여긴다면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니까요. ㅋㅋㅋ]

 

 

[헐!  리얼리? 언제는 나보고 그 나이 먹고 이게 뭐냐고 한심하다며?]

 

 

[오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해본건데 이거 은근 재밌네 ㅋㅋㅋ]

 

 

처음으로 온라인 상으로 캐릭터로 마난 데이트를 하게 될 줄이야. 근데 이것도 기분이 묘한 것이 또다른 매력이 있었더라. 캐릭과 캐릭이 만나서 온라인 데이트를 한다. 그날은 전장을 안가고 몬스터만 슬렁 슬렁 잡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날은 몬스터만 잡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왜 사제를 했냐? 그거 솔직히 좀 지루한 캐릭인데 할만해? 난 그건 못하겠던데.]

 

[응. 오빠가 전사랑 마법사 주로 하잖아. 내가 따라다니면서 치료해주려고.

 오빠가 늘 그랬잖아. 힐만 들어오면 전부 강냉이 털어버린다면서?]

 

별거 아닌 게임일 뿐이지만 감동 받았다.  강냉이 털어버린다는 말은 술김에 딱 한번 했을 뿐인데...정말 누군가 힐을 해주길 원하는구나? 하는 걸 알아차리고 자기가 직접 와우안의 내조를 하기 위해 왔다니. 나도 모르게  몰래 시작해서 만렙 사제를 키워 가지고 온 것이다..

 

아... 남자도 사소한 것에 눈물이 나는 걸 처음 알았다. 게임 싫어하던 애가 나 좋으라고 그걸 시작 하다니. 혹시 와우 하면서 전장에 가는걸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한번쯤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별볼일도 없는 전사가 이상하게 죽지도 않고 계속 칼춤추며 설쳐대면 그건 분명 나다.

 

이봐!  나 내조받는 전사야, 그렇게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구.

 

용개형 보고 있지? 외쳐!! 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