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때아닌 겨울을 맛봤습니다. 엄청 춥더라구요.
이틀동안 강풍의 풍랑주의보에 쉬면서 여기저기~..
산넘어 샛개 해수욕장 근처에서 양봉하시는 분을 만나 이야기도 잠깐듣고 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삭힌 홍어에.. 애까지.. 조촐히 혼자 먹는 술맛.....
이곳 흑산도에 들어온지 3개월이 지나갑니다.
섬으로 귀농을 꿈꾸며 지내온 섬에서의 10개월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들에 나날이었지요.
무엇보다 의식주가 사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건 사실인가 봅니다.(마냥 있으니 망각을 하고 살았던 모습이 후회되네요.)
남에게 의지 하며 방한칸을 빌려서 살다가
전기없는 컨테이너에서의 한달반의 생활..
6개월동안 가스 버너 하나로 식생활을 해결해나갔던 예전에 아련한 기억들이
지금은 방 두칸짜리 월세에 LPG 가스렌지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우습기만 합니다.
그랬었지.. 하고요..
이 넒은 섬에서 몸하나 마음편히 뉘울자리가 없다는 현실..
꼭 내 땅과 내 집이 있어야 하는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다 보니 덩그러니 서 있는 컨테이너 집도 마냥 불쌍하기만 합니다.
마을 주변의 매입땅을 알아봤지만 섬이 국립공원이라는 특성과 개발 행위 제한등에 대한 제한 사항이 많이 걸립니다.
법쪽으로 잘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두렵고.. 어렵고 그러네요.
한달반전...
우연히 대법원 경매 사이트에서
흑산항의 적당한 거리에..
묶어둔 제 배가 보이고..
넓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집을 하나 찾게 됬습니다. (경관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요..)
대지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시간 여유를 가지고 컨테이너 집을 앉힐만한 정도의..(슬래브 흙집이 하나더 있는데 부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녹색 잔디를 깔고..
누구든 초대를 할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데..
10월 11일 입찰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목포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화물선이 안들어오는 날이라 회사 사장님한테는 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목포로 향했지요.
우와...
10시 부터 시작인데 2호관 법정 밖은 여러 물건들의 경매 입찰자들로 분주 합니다.
세상 처음 이런걸 해보는데 뭐가 뭔지.... 이곳 저곳을 기웃댔지요.
그날 처리된 경매건수가 얼추 40건은 넘는듯 보였습니다.
10시부터 법정에 들어가 집행관의 설명을 숨죽이며 (예전 대학시험 보기전 설명을 듣는 느낌....? ㅡㅡ;)
주의 사항을 듣습니다.
11시 부터 12시까지(법정에 걸린 시계 기준) 입찰 시작이 되고
입찰 물건에 경매가를 기입하고
찍어야 할 도장칸이 왜그리 많은지...
거기에 최저 입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넣어야 하더군요.
물건에 대한 서류 열람도 해보고.. 뭐 남들이 하는건 이거저거 따라도 해봤습니다.
잘 모르지만 흑산도 몇분의 모습도 보이는듯 합니다.
얼마를 써내야 하나... 손이 떨립니다..
잡아야 할텐데..
안되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조급함이 몰려옵니다.
결단의 순간.. 최저 입찰가에서 7만원 천원을 더 써 냈습니다.
더이상에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되면 내 복이고.. 안되도 내 복이고..
소신것 하자....
안되면 나로도 가자...까지꺼..
12시가 지나고 입찰함이 개봉됩니다.
유찰된 물건들도 있지만
급하게 취하처리가 된 것들도 있더군요.
(취하 처리됬는데 최고가 입찰자가 그당시 자리에 없으면 입찰금이 법원에 압수된다고도 하더라구요.)
최고가 입찰자가 호명됩니다.
머슥한 표정으로 집행관 앞에 가서 서류한장 받아옵니다.
이걸 어째야 하는건지..
앞에 물건 받으신 이쁘장한 아주머니를 따라 나갔습니다.
전문 중매인 이신듯 한데 잘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그렇게 2주의 답답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틀의 강풍으로 뱃길이 끊기고..
시린 방안에서 오돌 오돌 떨다가 오늘 아침 개인 하늘을 봤는데....
화물선이 오늘또 안들어 온다는겁니다..
아침배로 법원에 가서 잔금 치루고..
나머지 행정 처리는 법무사에 가서 하라는걸 딱하게 물어보니
경매계 직원분이 잘 알려주시더군요.
4시배 타고 들어가야 되는데 오늘 처리가 될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군청가서 뭐뭐 띄어 오고 세금 납부하고 가지고 오라고..
토지대장, 건물등기부 등본 등등... 몇가지 알려주신대로 불나게 뛰어 다녔습니다.
섬에서 왔다고 나오기 힘드니 나머지도 해주시겠다고 시간내주신 경매 담당자 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서류 절차가 끝나니.. 이젠 다 됬다고 담주면 통보 간다고 하시네요.
법적으로의 절차가 끝났다는 말이겠지만..
지나보니 서류상으로 그리 복잡한건 없었던것 같습니다.
순간 허탈함 이랄까요.. 멍한기분..
그렇게 4시 배를 타고 다시 흑산도로
다행히 세입자가 현재 살고 있지 않는 빈집이라 그렇지만
남에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그분들께는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동내 이장님께 상의좀 드려서 만나뵈야 겠습니다.
더이상 사고 치면 안될텐데....
마지막 남은 우리사주 주식까지 털어서
이젠 정말 올인했습니다..
올인이 올레가 되도록 기도좀 해주세요!!!!
오늘따라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