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닮고싶은 이야기

닮고싶은 이야기 1

체력덩이!! 2011. 2. 12. 09:20

시골에 살아보니| ♣*****나의 귀농이야기
우드맨 조회 199 |추천 0 | 2003.10.03. 17:40 http://cafe.daum.net/refarm/5NF4/229
시골에 살아보니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여기서 벌써 세 번째 봄을 맞고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십여년 전 친구들에게 장담했던 그대로 40대 초반부터
시골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더 일찍 강원도로
가려던 계획이 좌절되어 쓴맛을 한번 본 터였고(장담했던 40대에
맞추려고 그랬는지) 또 간절하게 원했던 그림대로가 아니라 자의반
타의반인 셈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힘들었던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나의 결정을 따라준
아내가 고맙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할까
(썩 괜찮은 조건으로) 어쩔까 저울질하고 있었을 때, 내 마음의
평화가 절실하기도 했거니와 여기 초등학교의 부족해 보이지 않는
시설과 작은규모(학생 70여명)가 안심이 되어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늘이 내 신념대로살 길을 이렇게, 이런 조건으로 열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정은 했지만 막상 이사를 앞두고는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이사갈 집이 동네와 떨어진 외딴 곳이었고 앞으로 내가 하게될
일이라는 것이 몇일씩 때로는 열흘, 보름만에 집에 돌아올지도
모를 그런 객지생활이 많을 것인데 아내와 어린 3남매를 집에
두고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별일은 없을까, 무섭지 않을까.....
비포장길이지만 집 앞으로 시내버스가 다니고 그 길 건너 노인
부부가 사는 집이 한 채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죠.
버스는 아침과 저녁에는 한시간 간격, 낮에는 두시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내가 집에 없을 때는 아내가 버스기간에 맞춰
장보러 나가거나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가야하는 그런 일상의
불편이 당연히 따랐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3년째 시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살아가는 모든 방법을 알고 나온 것이 아니라
살면서 터득하고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식구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여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여러 가지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지내보니
전혀 무섭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번잡하지 않고 여유가 있어
시골에서 살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전혀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처음에 가졌던 우려에 비하면 대체로 만족한다는 거지요. 내가
하고있는 일이 집에 있을 때는 또 여러 날을 집에서 지내므로
아내와 함께 장보러 가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고
어떤 때는 가까운 바다에 나가 조개를 캐기도 합니다.

큰딸은 벌써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사춘기라 그런지 말을 잘
안 듣기는 하지만 순진하고 활발하고 자신만만합니다. 큰물에서
(한학년이 1백명 안팎) 만난 여러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아들은 촌놈 다됐습니다. 까만
얼굴에 무르팍은 성할 날이 없고, 손톱밑은 항상 때가 끼었고,
옷은 하루에 두 번씩 갈아입으며 맨발로 해야 잘된다고 신발을
벗고 축구를 하는 통에 양말이 쉬 구멍납니다. 그래도 라면도
잘 끓이고 설것이도 하고 청소도 잘하고 혼자 이불도 폅니다.
막내딸은 자기 반에서 지가 여자깡패라고 자랑합니다. 너무도
사랑스런 아이라고 담임선생님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합니다.
"아빠! 달려봐! 달리면 시원해 져!"하며 밖에서 놀기를 좋아해서
팔꿈치, 무르팍이 성할 날이 없는 막내는 삼남매 중에서 가장
실속 있게 생활합니다.

내가 없는 동안 아내가 아이들과 같이 자 버릇해서 아직도
우리 식구들은 한방 가득 누워서 잠을 잡니다. 둘째와 막내는
아내 품에서 또 내 품에서 잠이 듭니다. 때가 되면 부모가
원해도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날 아이들.....괘념치 않고 그렇게
재웁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들은 가끔 말하기를 "엄마!
나는 커서도 엄마랑 아빠하구 살거야!" 하더니 요즘은 결혼은
하고 엄마 집에서 살거라 합니다. 아내는 "귀찮아!! 지겨워!!
니들끼리 나가 살아!!! 엄마는 절대 같이 안 살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싫어! 결혼해서 엄마아빠와 함께 살 거야!!"
합니다. 아내와 저는 눈을 마주치고 피식 웃습니다.

그래 어디 두고보자 이눔들아.....


<<저는 농사를 짓지는 않습니다. 봄에 써 두었던 글입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