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통나무집

[스크랩] 용인 원삼통나무집(Log Home) 10 - 단열과 밀폐

체력덩이!! 2012. 3. 19. 15:46

용인 원삼통나무집(Log Home) 10 - 단열과 밀폐

 

 

 

제가 사는 동네에 1년 전 완공된 절이 있습니다.

1년 반에 걸친 큰 공사였고 규모로 보아 꽤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절 공사는 한옥목수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저 또한 집에 갈 때마다

진행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제 잣대로 보면 역시 충분한 역량을 가진 도편수가

이끌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었어요.
 

올 봄에 완공된 내부구경을 할 기회가 있어 둘러보는데 보살님이라고 하던가, 절에

기거하며 여러 일을 보는 분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단청은 나중에 하는가보죠?”

라고 물으니 3년 후 나무의 변형이 다 끝난 다음 칠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그 말 속에 자신이 지내는 절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이 매우 진하게 묻어나더군요.

마치 그런 것도 모르냐 하는 느낌과 나무의 변형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변색 정도는 별게 아니라는 인식 그리고 실제 기둥이나 보가 많이 갈라졌고(Crack)

기둥과 심벽 사이에 수축으로 인한 틈이 여러 군데 보이는데도 당연한 일이라는 듯

태연했습니다. 정식기법으로 지었다는 그 자체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북미식 통나무집짓기(Log Building)를 그것도 직업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막중한 부담감을 껴안는 일입니다. 위의 예처럼 한옥은 우리의 전통건축인데다

함부로 시비를 걸 수 없는 묵계 같은 것이 작용한다면, 통나무집은 오히려 주변에서

수많은 견제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춥다, 침침하다, 벌레 생긴다, 갈라진다,

썩는다, 변색된다...등등. 사실 이런 사항들은 한옥에도 모두 해당하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북미에서도 이런 부분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보입니다. 틈이 생기면 메우고

(Chinking) 방청/방충 등 다양한 전용스테인을 충분하게 사용한다 뭐 이런 식이에요.

그 대신 자연재로 만든, 그것도 수제품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죠.

보완하고 해결할 사항은 그렇게 가면되는 것이지 오히려 그런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수제 통나무집(Handcrafted Log Homes)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원삼통나무집을 계획/계약하면서 몇 가지 더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약속했습니다.

 

우선 그라인딩(Grinding)을 더 많이 하겠다. 이건 표면을 더 곱게 만든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되면 스테인도 더 잘 먹고(먹어?) 그만큼 급격한 건조를 막아 나무의 변형을

줄일 수 있지요. 물론 훨씬 더 깔끔해 보이는 건 기본, 실내에서 통나무집을 만지는

느낌이 한결 부드러워 집니다.

 

두 번째 스테인을 외부는 3회 내부는 2회 바르겠다. 이전에는 작업과정에서 1번만을

바르고 이후 집주인에게 직접 작업하도록 했으나 처음부터 외부에 충분히 발라주면

훨씬 기능적이리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이밖에도 앞으로는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로그엔드 전용, 외부 최종마감 도료 등...

 

 

 

세 번째 내부나 외부나 핸드레일 등을 기성재나 방부목을 쓰지 않고 원목/자연목을

사용해서 만들겠다.(기존 방식은 마이너스 옵션이 됩니다) 예전에는 본체 이외에는

소홀한 감이 있었는데 자칫 에매한 모습이 되거나 외부노출로 인한 손실 등을 미리

염려해 기성재로 마감했던 부분을 과감하게 원목이나 자연목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완성도를 한 차원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물론 관련 장비를 갖추어야하지요.

 

네 번째 가스켓과 단열재 작업을 더욱 강화하고, 현장에서 개구부 등 밀폐작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시공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실제로 원목작업에 기울이는

정성을 생각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곳에서 너무 황당한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를 목격한 바 이를 수정 보완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리고 집주인과 미리 상의한 바 없지만 코너의 결속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통나무

벽체의 구조적인 안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변형된 스카프가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이 방식을 앞으로 계속 적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다각도로 고민할 점.

 

 

 

스카프(Scarf)는 따로 속도가 조절되는 소형 그라인더에 패드가 달린 캡을 씌우고

전용 페이퍼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표면을 갈아줍니다.

 

 

늘 그렇듯이 정성을 기울이는 만큼 그 결과가 좋아집니다만 일련의 이런 작업은 제가

처음에 예상했던 시간과 노력을 훨씬 뛰어넘는 작업량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처음에 곡면대패 작업을 한 상태로 현장으로 이전, 때가 뭍은 부분만

Grinding 하고 스테인을 발랐을 뿐 전 원목부재를 다시 그라인딩하는 경우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처음에 곡면대패로 표면을 밀었음에도 다시 그라인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대게의 경우 전기 용량 때문에 7인치 그라인더를 3대 이상 돌릴 수 없는데다

여름철 작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청변을 막기 위해 스테인을 발랐던 부분을 다시

그라인딩해야 했고, 이전보다 두 배가 더 넘는 분량의 가스켓(Gasket) 작업 등...

 

전에는 골조를 해체해 상차하기 전까지 준비하는데 이틀 반에서 사흘 정도 걸렸는데

원삼통나무집은 3배 이상 더 걸리는 군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런 기간을 열흘가량

잡아두어야 하겠습니다.

 

 

 

왼쪽은 8월에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스테인을 발라 두었던 부재 그리고 오른쪽은 최근

며칠간 고생고생하면서 때를 벗겨낸 뽀얀 상태.

 

 

원삼통나무집의 건축주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최소난방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새 집에서도 그렇게 지내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독일방식의 시스템창호를 쓰고도

거실창과 안방 전면 창, 2층 발코니의 시스템도어를 3중 유리로 추가 주문하셨습니다.

그러니 저로서도 단열과 기밀유지를 위한 시공 매뉴얼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소양통나무집에는 그루브와 나치 안에 양모를 채우는 작업만 했고 가스켓을

사용하지 않았지만(그때는 유리솜을 대체하는 데 급급했으므로) 그 후 가스켓 시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루브의 바깥쪽과 나치에 3/8인치 가스켓 테입을 붙이고 그 안에

양모 인슐레이션을 채웠습니다. 한동안 그 기준에 따르다가 이번에는 Groove 양쪽에

가스켓 테입(Gasket Tape)을 붙이고 나치(Notch)교차부의 기밀(氣密)을 보다 확실하게

하기위해 폭이 더 넓은 3/4인치 가스켓으로 바꿔 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에 뉴질랜드 산 양모 인슐레이션(단열재)을 조금 빡빡하다 싶을 만큼

넣어 고정시키는 공정. 나치 안쪽에 붙이는 가스켓 작업이 이전에 좀 에매했다 싶어

외부 엔드(End) 부분까지 제가 직접 하나 하나 꼼꼼하게 붙이고 고정시켰습니다.

일은 비교적 단순작업이나 그 부분(Notch)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원리)가 없이 그냥

붙이기만 하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검정색 Gasket Tape을 사진으로 얼핏 보기에는 고무처럼 보이나 말랑말랑 하면서도

복원력이 뛰어난 특수재질로 국내 대체품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역시 수입품에다

가격도 꽤 고가이나 정성들이고 또 들인 원목 작업과정을 생각하면 그루브와 나치의

기밀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 역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와 보완을 해 갈 계획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모든 작업과정이 북미의 시공사례보다 오히려 깐깐하다 할 수 있으나

국내에서 통나무집을 원하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통나무집에 대해 어떻게 하든

견제를 하려는 시도에 당당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원삼통나무집(Log Home)의 원목골조 제작과 그 후속작업(그라인딩, 스테인) 그리고

마감시공매뉴얼이 앞으로 짓게 될 통나무집의 전체시공기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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