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시작과 끝

그물배를 타면서..

체력덩이!! 2010. 6. 4. 21:09

저번주 VJ특공대가 가거도에 왔습니다.

낚시 촬영이 주 테마였는데 오늘 방송을 합니다.

저도 몇번 촬영은 했는데 얼마나 나올지..

한번 잘 찾아보세요.

 

그물배 탄지 일주일이 넘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천근만근 뼈마디마디가 쑤시고 져려옵니다.

 

바닷물 사리발 .. 한물 두물 세물..

뭐 고기가 잘 나오는 때가 있다는데

첫날부터 계속 조업시간이 길어지네요..

 

오전만 하면 되는줄 알았더니 왠걸..

 

출항시간도 하루가 다르게 일찍 시작됩니다.

4시 5시 작업시간을 맞추러면 새벽 2시반 3시반 기상을 해서

이빨 데충딱고 1구 마을로 한시간반 거리를 걸어갑니다.

 

교통편이 없으니 그렇다고 남한테 차를 빌릴수도 없고.

또 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중요한것이니까.

 

살면서 이런 고생은 안해봤는데 할정도로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지내고 있습니다.

한달만 해보자....

 

새벽길을 길따라 올때쯤 달빛은 새벽 하늘로 바뀝니다.

멀리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오늘도 저 바다로 나가는구나.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렇게 마을에 도착해서 우리 선장 오너 형님댁으로 들어갑니다.

좀 있으면 아침 밥을 맛있게 차려주시고 또 하루 감사의 식사를 합니다.

 

목포에서 사온 츄리닝 작업복에

얼마전 몽돌 해수욕장에서 바다에 떠밀려온 장화를 신고 (용케 한짝을 맞췃습니다)

빌려주신 모자를 눌러쓰고

배로 향합니다.

 

작업 우비 위 아래 착용하고 완전한 배 선원으로 변신을 하지요.

바닷물에 옴팍담근 우비라서 아침이면 허옇게 소금끼로 변신해 있습니다.

 

고기 많이 잡을껄 대비해서 노란 플라스틱 가구를 담고

묶였던 뱃줄을 풉니다..

 

힘차게 바다로 향하면서 긴장모드로..

 

출렁이는 바다.. 사방이 푸른색 투명한 물.. 배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3~40메타 바다속..

아직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경이롭고 신비한 그런 존재로 보입니다. (수영도 못하는데..)

 

어제 쳐논 그물을 열심히 겉습니다.

 

부표(여기서는 망 이라고 부르더군요)를 걷고 줄을 열심히 당기고..

곧이어 붉은색 고기들이 무진장 올라옵니다.

요즘 불볼락이 한참 나옴니다.

 

그물의 윗줄 아래줄 분담을 해서 차곡차곡 쌓습니다.

수많은 고기들이 그물에 걸려서 말똥말똥 쳐다봅니다.

먹고 살려니 살생을 하게 되서 미안은 하지만...

그물이 올라오면 이젠 다시 그물칠 준비를 합니다.

왼쪽에 겉은 그물을 다시 오른쪽으로 차곡차곡 쌓아 갑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고기를 땁니다..

 

고기도 따는 요령이 있는데 아직 미숙해서 번번히 빨리빨리 한소리 듣습니다.

어느세 수북해진 고기들..

다시 그물을 던집니다.

 

그물던질때는 위험한 상황들이 너무 많아서 좀 무섭고 합니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그렇게 그물이 내려가고.. 다시 다음 그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서 따논 고기를 가구에 종류별로 담습니다.

물기가 마를세라 바닷물도 뿌려주고..

 

요즘은 줄돔도 한참때라 오늘은 50마리나 잡았습니다. (근데 아직 돔 회는 맛도 못봤으니.)

 

그렇게 하다보면 별별 상황이 많습니다.

어떻게 그물을 쳐야 고기가 잘 잡힐지 연구하시는 모습들도 있고

다른배와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또 명당자리가 있어서 서로 먼저치려 하는 경우도 있고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서 그물째 항구로 들어와서

지원군의 도움도 받지요..(동네 아주머니들...  일당 쳐서 준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면 몇번이나 왔다 갔다... 선주(배주인)입장에서는 고기 == 돈 이니

그럴만도 하지요.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돌아올때는 걸려온 뿔소라를 하나씩 까먹고

담배한대에 하루의 고단함을 달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도착한 고기는 30Kg 박스에 재어서 얼음뿌려 냉동고로 직행합니다.

 

다시 선장님댁에서 차려준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개운하게 찬물로 샤워하고 일상으로 변신을 합니다.

 

또 부지런히 2구로 발길을 돌리지요.

간혹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횡재다 하고 고맙게 얻어 타고 옵니다.

 

오자마자 PC를 켜고 또 이렇게 귀농사모에 한바탕 쏱아냅니다.

 

귀농은..

아니 그것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간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매일 매일 각인해 갑니다.

 

몇일전 같이 일하는 형님이 하도 잔소리를 하길래..

원인이 뭔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사투리를 잘 못알아 먹으니 그분도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망줄(부표 줄)가지고 오래서 가지고 왔더니 "우로 놔" 그러는거에요..

그래서 우측에 놨더니 열심히 "우로 놔" "우로 놔" 그러덛라구요.

멍해서 있으니 화를 버럭 버럭 내셔서

뫠그런가 했더니.. 위로 놓으라는 소리였습니다. ㅡㅡ;

 

부지기수 많더라구요. 암튼.. 재밌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음한편에서 내가 왜 이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고생이 헛되지 않게 조심조심 천천히 다듬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VJ특공대 (9시 55분 2TV) 에서 가거도가 나올껀데.

저도 인터뷰 많이 해갔으니 찾아보세요.

귀농 취재는 아니고 가거도 소개차 이런저런....

섬누리호도 나오니 구경해 보세요..

 

수고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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