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섬에서

흑산도로의 항해..

체력덩이!! 2010. 8. 1. 14:55

7월 30일..

간만에 등산로 작업이 마무리 되고 컨테이너를 놓을 자리를 정리하다가 한동안 날씨걱정은 없겠다 싶어 배를 끌고 와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 사람들 그리고 가거도 아는 형님들 모두가 혼자 그 먼바다를 항해 한다는게 어렵다며 항해를 만류 했습니다.

흑산도에서 아침배로 가거도로 이동 가거도에서 선박 입출항 신고를 하고 흑산도로 향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설령 이 먼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손으로 일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게 사실입니다.

배 몇번 운전해보고 선원생활 몇일 해본게 전부이지만 그간 경험했던 한조금의 선원 생활은

이 바다를 생업으로 뛰고 있는 모든 어업 종사자 분들에게 존경심의 마음이 자리잡게되는 큰 경험이었습니다.

비가오고 파도가 치고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모습들에 대한...

 

해양경찰서에 들어가 출항신고를 했더니 관광객인줄 알았는지 매표소는 뒤에 있다며 가르쳐 주더라고요.

이래저래 재영호 끌고 흑산도로 갈려 한다니 그 경찰관의 모습이 기억이 나네요.

서류를 받아들고 터벅터벅 배로 향했습니다.

100리터 기름을 배에 채우고 오일 점검을 해보고

엔진에 차 있던 에어좀 뺴고 시동걸고

그렇게 아무말 없이 가거도를 떠나왔습니다.

2구마을에 사다 놓은 그물 2타를 싣고 가거도를 한바퀴 돌아서

미안함과 아쉬움을 뒤로 남겨두고 흑산도로 향했습니다.

 

10노트이상 속도를 내니 엔진에 냉각수관이 밖으로 밀려 해수가 기관실내로 들어오고

망망대해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응급조치를 하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저녁이 되 갑니다.

 

넓은 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 혼자 길을 가는데

참 외롭단 생각이 들더군요.

오만 잡생각을 하다보니

태도를 지나서 흑산도가 보입니다.

 

안개가 너무 심하게 껴서 1~2미터 앞도 안보이는 위험한 상황이 닥쳤고

늘상 쾌속선으로만 다녔기 때문에 위치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도무지 입구를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7시가 다되서 가거도 해양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래 저래 상황설명을 하니 흑산도 해안 경찰서로 이관을 해줬습니다.

3시간 남짓 안개속을 헤메다 그야말로 눈물젖은 빵과 우유로 저녁을 떄우고 안개가 걷치길 기다리다

안되겠다 싶어 닺을 내리고 내일 아침 들어가려 했더니

결국 해양경찰이 도와주겠다 연락이 왔습니다.

 

GPS 현 위치를 알려줬더니 금방 경찰 싸이렌 소리가 들리고 ...

그렇게 싸이렌 불빛을 쫒아 쫒아 흑산도 항으로 들어왔지요.

 

본의 아니게 조난도 당해보고 지금 생각해보니 참 겁없이 왔던것도 같습니다.

 

입항신고가 끝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렇게 길고도 먼 항해를 마쳤습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네요..

 

날이 밝으면 섬 일주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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