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섬에서

간만에 나들이~

체력덩이!! 2010. 9. 8. 23:42

두달만에 흑산도에서 목포로 나들이를 갔다왔습니다.

이제 바다로 나가려면.. 준비해야될 것들도 있고..

몇일전 주소지를 이곳 흑산도로 옮겨 왔고 그간에 배 유류카드도 못만들고 있었드렜네요.

 

주소지 변경 서류도 챙기고

부러진 안경도 챙기고

주섬주섬 가방에 줏어 넣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화물칸에 쭈그려 있던 구두도 꺼내 신고

옷도 좀 깨끗하게 입고 출발을 했습니다.

근처 횟집 하는 친구넘이 수도꼭지가 고장 났다 사다 달라 해서 잠깐 들렀다 오떻게 생긴건지 한번보고

요즘 흑산도에는 오징어 배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혹시나 9시 첫배 전에 경매가 되면 한박스 사서 집에 보낼라 했더니만 경매가 늦어지네요.

에구 시간이 벌써 8시 50분..

 

늦게 승선을 해서 모처럼 바다가 주는 자장가 같은 파도에 숨결을 느끼며.. 쿨쿨.. 잠에 빠졌습니다.

 

11시가 다되서 도착한 목포..

바람이 좀 불긴 하지만 좋은 날씨 입니다.

 

목포 객선 터미널에서 신안군청까지 터벅터벅 걸어 가면서

마지막 전재산을 은행 CD기에서 꺼냅니다.

30만원이 조금 넘는돈.. 이젠 마지막 이구나..

 

사야 될건 많은데.. 은근 걱정이 되네요.

 

통발이 , 입갑통. 스너프, 도르레, 기타 잡비....

안경 땜질 하려다가 그돈이 그돈이고..

2만원 짜리 딱 맞는 안경태가 있어서 바꿔 끼고..

 

신안군청으로 향했습니다.

허걱. 12시 04분..

점심시간이라 한시간을 어디서 기다려야 하나..

 

수도꼭지 사러 골목 골목 구경도 하고.. 12시 반에 다시 가보니 반갑게 담당자 분이 앉아 계시네요.

서류 변경 신청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이런건 면사무소 가서 하셔도 되요..(헐..)

겸사 겸사 나오긴 했지만 군청에서만 되는줄 알았거든요. 

 

내일 처리가 된다고 해서 등기로 받기로 하고 통발사러 갑니다...

 

목포 객선 터미널 앞에 늘어선 수 많은 선구집들..

첨 사보는 거라 어디로 가야될지 방황을 하다가

배타시는 분 같아 보이길래 

"통발을 좀 사려는데 어느 선구집으로 가면 좋나요?" 했더니

좀 당황한듯...

"아무데나 가세요. 저기 보이는게 선구집인데.."

"예.. 첨 사보는거라 잘 몰라서요.. "

 

좀 머슥 했습니다 ㅎㅎ

 

배 만들때 철공소 형님이 근처에 있어서 연락을 해보니 가거도에서 온 배 작업중이시더라구요.

이제 조기철이라 몇백개 되는 그물도 좀 날라주고

 

이렇게 된거 아시는 터라

"목포로 와서 철공소 일좀 배워라.. 고생하지 말고.."

갑자기 눈물이 핑돕니다.

 

"형님.. 말이라도 고맙습니다.. 통발이라도 해볼래요.. 돈좀 벌어서 맛있는거 사드리께요.."

말좀 얼버무리고 형님차좀 끌고 아무 선구점을 갔습니다.

 

통발이 50개.

입갑통 60개.

스나프 50개(스나프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부르던데 줄에 끼는 클립 종류 입니다.)

도르레 1개.(나중에 바다에서 줄을 건질때 도르레에 줄을 걸고 배에 달린 물래로 땡길때 쓴데요..)

밧줄 300m. 등등..

 

노란색 가구도 두개 사고

어쿠.. 짐이 두짐인데..

들고 오느라 힘좀 뺐습니다.

 

어제 서울서 오겠다던 형님들은...

사정상 못내려오게 됬다고 연락이 오고.. (아마도 제 처지가 이러니 부담 주기 싫어서 그런거 겠죠..)

 

4시배를 타고 다시 흑산도로 들어왔습니다.

 

무거운 짐을 낑낑대고 집에 가져다 놓고

컨테이너 둘러보러 갔다가..

헐걱. 화물차 사장님이 내일 오징어 배가 온다고 일좀 해달라시네요.. 음냐...

지역사회가 이런게 있어서.. ~

서류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하루 해봐야 겠습니다.

 

간만에 도시 냄새좀 맡고 왔습니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쌀쌀한게..

이젠 가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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